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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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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장 작성일06-04-19 00:00 조회3,8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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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문화면)
죽음 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삶이 시작되는 순간 이미 죽음도 시작됐다.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천년만년 살 것 처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정작 죽는 순간에서야 “왜 하필 나에게!”라며 발버둥친다. 역설적으로 이것이 죽음학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죽음학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한국죽음학회’가 있긴 하지만 회장인 최준명 교수(이화여대 한국학과)도 “우리나라에선 죽음학의 기본조차 안돼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특히 “죽음이야말로 가장 ’준비’가 필요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유교의 영향으로 죽음을 외면하고, 부정하고, 금기시하기 때문에, 죽음을 앞둔 환자들조차 병원에서 연명 치료에만 급급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해 버리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런데 시의적절하게 불교학 최초의 죽음학 해설서가 나오고, 세계적인 죽음학자가 내한해 관심을 끈다. ‘불교 죽음학’이란 부제가 붙은 책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부다가야 펴냄)다. 울산 기도암 주지 송암 스님이 썼다. 그는 “죽음에 대해선 서양 번역서만이 있고, 불교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죽음관에 대한 문헌조차 없어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특히 생의 막바지에 기독교로 개종하는 이들의 90%가 임종 때문인데도 ‘죽음’에 대한 불교계의 대처는 미진하기만 했다. 그것이 결국 ‘불교 죽음학’을 시작한 이유가 된 것이다. 송암 스님 “절 살림 급급” 교계 무관심 질타

‘달라이라마...’ 마지막 순간 착한 업 강조

죽음학회 알폰스 디켄 박사 내달 초청 강연 천도재와 49재로 절을 유지하는데만 급급하지 정작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선 하는 게 없다는 송암 스님은 불교계를 향해 예리한 사자후를 토해내고 있다. 그는 먼저 불교계의 거짓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1980년 쿠데타 세력의 군홧발에 사찰이 초토화됐던 10·27법난 때를 회고하면서 그는 “‘군홧발로 다닌 자들’의 죄업이야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지만, 더욱 슬프게 한 것은 고승들의 작태였다”고 했다. ‘고승들의 작태’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쓰지 않았지만, 이어지는 일본 기독교 여성들이 맞이한 죽음과 비교해 죽음 앞에 선 그들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미루어 짐작케 했다.

그는 일본 막부시대 최고 권력자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잠자리에 끌어들이려던 기독교 여성들이 정조를 지키려 혓바닥을 깨물고 자결하자, 도성 문 앞 땅바닥에 예수님의 초상을 동판에 넣어 땅위에 놓고는 밟고 지나가는 자는 목숨을 살렸으나 발길을 돌린 자는 단칼에 목을 벴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불교의 범부나 이른바 큰스님의 반열에 오른 스님일지라도 정말 죽음의 일대사 앞에 죽음과 신앙의 자존심을 택하라고 했을 때 우리 불교인들은 유신론에 비해 불계패가 뻔 한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송암 스님은 지금까지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모든 경험이 저장된 영혼의 덩어리’와 죽음 이후 영가의 모습을 설명하며, 주검을 어떻게 다루고, 영혼을 어떻게 천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조계종 불교생명윤리정립연구위원회도 <현대사회와 불교생명윤리>란 책에서 ‘불교에서는 죽음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내용을 다루었으나 기존의 경전을 옮겨놓은 것 외에 죽음에 대한 아무런 숙고도 발견할 수 없다. 이 책은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로 촉발된 생명 윤리에 대해 불교계의 준비가 전무하다는 지적에 의해 출범한 연구위원회 연구결과 보고서지만, 이 분야에 대한 불교계의 수준을 다시금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반면 티베트의 불교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하버드대 석학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것을 엮어 이번에 나온 <달라이라마 하버드대 강의>(작가정신 펴냄)는 죽음에 대한 궁금증을 좀 더 상세히 풀어준다. 달라이라마는 “중생이 한 생에서 다른 생으로 태어나는 이유는 마음의 연속체 때문”이라며 “우리가 쌓은 업력에 의해 다음 생이 결정된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는 그 사람이 이미 일생 동안 쌓은 많은 업들 중 한 가지 업이 활동한다는 점을 들어 마지막 순간 착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면 선업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가르쳤다. 죽음 준비의 필요성을 보여준 대목이다.

한편 한국죽음학회와 연세대 간호대학은 학회 창립 1돌과 간호대 창립 100돌을 맞아 세계적인 죽음학자 알폰스 디켄 박사를 초청해 5월 3·4일 이틀간 저녁 6시30분에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인간의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강연을 듣는다. 또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김옥라 이사장과 국내 죽음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회를 펼친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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